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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전기차 정비사 국가자격제 도입 현황과 과제

by damdongi 2025. 6. 10.

전기차 확산과 정비 인력 부족

최근 몇 년 사이 전기차의 보급 속도는 그야말로 가파릅니다. 정부의 친환경 정책과 보조금 혜택, 자동차 제조사의 다양한 전기차 모델 출시로 인해 시장은 빠르게 전기차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흐름과는 달리 전기차에 대한 정비 인력의 확보는 여전히 제자리걸음에 머무르고 있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내연기관차와 비교했을 때 전기차는 구조와 기술이 매우 다릅니다. 전기 모터, 배터리, 인버터, 고전압 전기 시스템 등 내연기관 정비 경험만으로는 접근이 어려운 부품이 핵심을 이루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까지는 이들 부품을 다루는 전문 인력을 국가가 체계적으로 양성하거나, 자격으로 인증해주는 제도가 뚜렷하지 않았습니다.

이러한 문제로 인해 현장에서 전기차 정비를 기피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으며, 소비자 입장에서는 차량 수리가 가능한 정비소를 찾는 것조차 어렵게 되고 있습니다. 따라서 전기차 보급 확대에 맞춰 정비 인력의 전문성과 안정성을 제고하기 위해, 전기차 정비사 국가자격제 도입에 대한 논의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습니다.

현재 추진 중인 제도 및 시범 사업

정부와 지자체, 관련 기관들은 전기차 정비 인력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이를 제도화하기 위한 준비를 본격적으로 시작했습니다. 한국산업인력공단과 환경부, 국토교통부 등은 협력하여 전기차 정비사 국가자격제 도입을 위한 초안을 마련하고 있으며, 일부 지역에서는 이를 위한 시범 교육과 인증 시스템이 운영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예를 들어 2023년부터 몇몇 특성화 고등학교 및 전문대학에서는 산업 현장에서 필요로 하는 전기차 정비 과목을 정규 커리큘럼에 포함시키고 있으며, 교육부와 고용노동부의 공동 지원 아래, 교원 재교육 및 실습 장비 보강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또한 한국전기차협회, 자동차정비 관련 민간 학회 등에서는 민간 인증과정을 운영하며, 일정 시간 이상의 교육 수료자에게 전기차 정비 전문가라는 자격을 부여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들 민간 자격은 법적 효력이 없기 때문에, 여전히 공식 자격으로 인정받는 데는 한계가 존재합니다.

이에 따라 2024년 하반기를 목표로 국가공인 자격제도를 구축하고, 시험과목, 실기 기준, 안전 교육 이수 등을 포함한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는 작업이 진행 중입니다. 특히 고전압 시스템에 대한 이론과 실습을 모두 포함시켜야 한다는 의견이 많아, 실제 정비사로서 현장에 투입될 수 있는 수준의 검증을 목표로 삼고 있습니다.

현장의 목소리와 제도 개선 방향

실제 정비소 현장에서는 전기차 정비에 대한 두려움보다도 정보 부족과 책임 회피에 대한 우려가 더 큰 문제라고 이야기합니다. 특히 고전압 부품을 잘못 다뤘을 때 발생할 수 있는 감전, 화재 등의 안전사고는 정비사 개인의 생명과도 직결되기 때문에, 기본적인 안전 교육과 공인 자격 없이 현장에 투입되는 것은 위험할 수밖에 없습니다.

현재 일부 자동차 제조사는 자사 전기차에 대한 내부 정비 교육 과정을 운영하고 있지만, 해당 교육을 이수한 정비사는 그 브랜드 차량에만 국한되는 경향이 있어 범용성에 한계가 있습니다. 따라서 국가가 주도하는 전기차 정비사 자격제는 브랜드에 관계없이 전기차 전체를 아우를 수 있는 통합적인 기준을 제시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또한 단순한 자격 시험 외에도, 정기적인 갱신 교육과 현장 실습을 병행할 수 있도록 지원이 필요합니다. 전기차 기술은 빠르게 진화하고 있기 때문에, 일정 기간마다 기술을 업데이트하지 않으면 자격의 실효성이 떨어질 수 있습니다. 특히 OTA 업데이트, ADAS 연동 시스템, 배터리 재사용 기준 등 최신 기술도 포함된 실무 중심 커리큘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하게 거론되는 것이 바로 장비 지원입니다. 자격을 취득하더라도 실제 현장에서 전기차 정비를 하기 위해서는 고전압 절연 장비, 전용 진단기, 전기차 전용 리프트 등이 필요합니다. 이 장비들은 고가이고, 일반 자영업자에게는 큰 부담이기 때문에 정부 차원의 장비 보조금이나 리스 제도 등의 간접 지원이 함께 마련되어야 합니다.

전기차 정비사

앞으로의 과제와 발전 방향

전기차 정비사 국가자격제는 이제 막 제도 도입을 위한 초기 단계에 진입했으며, 앞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도 많습니다. 첫째, 정비사 자격의 수준을 어떻게 나눌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합니다. 예를 들어, 단순 진단·점검 수준의 초급 정비사와 고전압 시스템을 다루는 고급 정비사를 분리하여 단계적인 자격 체계를 만들 필요가 있습니다. 이를 통해 정비소 규모나 운영 여건에 따라 적절한 수준의 인력을 채용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둘째, 지방 중소 정비소와의 간극을 해소할 수 있는 방안이 마련되어야 합니다. 대부분의 제도는 대도시 중심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실제 차량 정비 수요가 높은 중소도시나 농촌 지역에서는 전기차 정비 인프라가 더욱 열악합니다. 이에 따라 지방 전문대학이나 직업훈련기관에서 전기차 정비사 과정을 운영할 수 있도록 정책적 유도와 재정 지원이 반드시 뒤따라야 합니다.

셋째, 제도 시행 이후 자격 취득자의 고용 촉진도 중요한 과제가 됩니다. 전기차 정비사 자격증이 실제 취업이나 창업에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가 제도의 신뢰도를 결정짓는 요소가 됩니다. 이를 위해 자동차 제조사, 보험사, 대형 정비업체 등이 자격을 인정하고 채용 시 우대하는 제도를 운영해야 하며, 정부 차원에서도 정비사 채용 기업에 대한 인센티브 제공을 검토할 필요가 있습니다.

넷째, 사용자 인식 개선도 함께 병행되어야 합니다. 현재 소비자들 중 다수는 정비소에서 전기차 정비를 꺼리는 이유를 명확히 알지 못하며, 이에 대한 오해와 불신이 누적되고 있습니다. 전기차 정비사 국가자격제는 소비자에게 안전하게 정비 가능한 자격을 갖춘 사람이라는 신뢰를 줄 수 있는 제도여야 하며, 이를 위한 홍보와 안내가 중요합니다.

궁극적으로 전기차가 미래 모빌리티의 중심으로 자리 잡으려면, 단순한 판매 확대를 넘어 정비, 수리, 재사용까지 포함하는 전주기적인 인프라 구축이 필요합니다. 그 출발점이 바로 정비사 자격제라고 할 수 있으며, 이를 얼마나 실효성 있게 도입하느냐에 따라 향후 전기차 산업의 지속 가능성도 함께 결정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