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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전기차로 장거리 여행, 괜찮을까?

by damdongi 2025. 5. 1.

사전 준비는 필수

전기차를 타고 장거리 여행을 계획할 때 가장 먼저 신경 써야 할 것은 충전입니다. 내연기관차는 기름만 넣으면 어디든 갈 수 있었지만, 전기차는 배터리의 잔량과 충전소 위치를 함께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단순히 네비게이션 목적지를 설정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출발 전에 어떤 충전소가 경로에 있는지, 급속 충전이 가능한지, 그리고 충전소가 실제로 운영 중인지 등을 미리 확인해야 안정적인 여행이 가능합니다. 저는 이번 여행에서 충전 계획 없이 출발했다면 중간에 곤란한 상황이 생겼을 거라고 확신합니다. 특히 충전소 하나만 믿고 이동하는 것은 매우 위험합니다. 충전소가 고장 났거나 대기 차량이 있다면 예정보다 훨씬 시간이 지연되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400km 이상의 거리를 이동할 경우, 배터리 성능이 아무리 좋아도 최소 1회 이상 충전이 필요합니다. 충전 타이밍을 잘못 잡으면 목적지에 늦거나 일정에 차질이 생길 수 있습니다. 저는 ABRP 앱을 사용해 출발 전 예상 소모 전력, 충전 필요 시점, 경로 내 충전소 위치를 시뮬레이션했고, 실제 주행에서 그 예측이 꽤 정확하게 맞아떨어졌습니다.

전기차는 출발 전 계획이 반 이상을 좌우합니다. 단순한 교통 체증 예측보다 더 중요한 건 충전 전략이고, 이 전략을 세우지 않고 장거리 여행에 나서는 것은 마치 지도를 보지 않고 낯선 곳을 찾는 것과 같습니다.

장거리 여행

충전소는 생각보다 많습니다.

많은 분들이 전기차로 장거리 여행을 꺼리는 이유 중 하나는 충전소가 부족할 것이라는 우려입니다. 하지만 실제로 고속도로, 국도, 주요 관광지 인근에는 생각보다 충전소가 다양하게 설치돼 있습니다. 공공 충전소는 물론 민간 사업자가 운영하는 급속 충전소까지 합치면 선택지는 꽤 넓은 편입니다.

제가 이용했던 주요 고속도로 휴게소에는 대부분 급속 충전기가 설치되어 있었고, 대기 시간이 길지 않은 시간대를 잘 선택하면 충전 스트레스를 크게 줄일 수 있습니다. 다만 시간대에 따라 이용자가 몰릴 수 있으니, 식사 시간이나 퇴근 시간대를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특히 인기 관광지 인근의 충전소는 대기 차량이 많을 수 있으니, 도착 전에 미리 충전하는 전략이 더 효과적입니다.

실제로 충전소를 찾는 데 가장 유용했던 앱은 EV Infra 였습니다. 단순히 위치만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충전기 상태, 사용 이력, 고장 여부, 사용자 후기까지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어 신뢰도가 높았습니다. 사용자의 리뷰를 통해 충전소의 접근성, 주차 환경, 야간 이용 가능 여부 등 실질적인 정보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충전소를 찾는 일은 단순한 정보 수집이 아니라 ‘위험 회피’에 가까운 작업입니다. 배터리가 20% 이하로 떨어진 상태에서 충전소를 찾기 시작하는 것은 심리적 부담도 크고, 실제로 위험할 수 있습니다. 여유 있게 40~50% 수준에서 미리 충전소에 도착하도록 계획을 세우는 것이 안정적인 운행을 위한 핵심입니다.

충전 시간, 효율적으로 써야 합니다.

전기차 충전은 빠르게 끝나는 일이 아닙니다. 급속 충전을 해도 30분 이상은 걸리며, 완속 충전은 몇 시간씩 소요됩니다. 그래서 충전 시간 동안 무엇을 하느냐가 여행 전체의 리듬을 바꿉니다. 단순히 ‘기다리는 시간’이 아니라, 오히려 휴식과 리프레시 타임으로 활용하는 것이 전기차 여행을 즐기는 방법이었습니다.

저는 충전이 필요한 시점을 식사 시간이나 카페 이용 시간과 일부러 겹치게 계획했습니다. 실제로 고속도로 휴게소에서는 40분 정도 충전하면서 식사를 마칠 수 있었고, 시내에서는 카페나 베이커리 앞에 있는 충전소에서 차 한 잔 하며 충전을 마쳤습니다. 이렇게 계획적으로 충전 시간을 소화하니 충전으로 인해 일정이 밀렸다는 느낌은 거의 없었습니다.

충전기를 선택할 때도 급속 충전기의 출력과 위치를 고려해야 합니다. 100kW 이상의 초급속 충전기를 이용하면 20분 정도면 70~80%까지 충전이 가능하지만, 출력이 낮은 충전기를 사용하면 같은 시간에도 충전량이 크게 줄어듭니다. 따라서 얼마나 빨리 충전할 수 있는가는 충전소 위치만큼이나 중요한 선택 요소입니다.

또한 배터리를 100%까지 채우는 것보다 80% 선에서 충전을 마치고 다시 출발하는 것이 시간 효율 면에서 훨씬 유리했습니다. 배터리 충전은 80%를 넘기면 속도가 급격히 느려지기 때문에, 일정이 촉박한 경우에는 두 번 짧게 충전하는 것이 한 번 길게 충전하는 것보다 효과적이었습니다.

전체 소요 시간과 만족도

이번 여행을 통해 느낀 점은, 전기차의 장거리 여행은 시간을 절약하는 방식이 아닌 시간을 누리는 방식이라는 점입니다. 내연기관차로 단시간에 도착하는 것이 목표였다면, 전기차 여행은 천천히 그리고 계획적으로 이동하며 그 과정 자체를 즐기는 쪽에 가깝습니다.

충전 시간으로 인해 전체 소요 시간이 평균적으로 1시간 정도 늘어날 수 있지만, 그 시간을 효율적으로 쓰는 방법을 안다면 불편함보다는 오히려 만족도가 높아질 수 있습니다. 특히 가족이나 지인과 함께하는 여행이라면 충전 중 대화를 나누고, 간단한 산책을 하며 리프레시할 수 있는 기회로 전환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었습니다.

운전 피로도 측면에서도 전기차는 생각보다 긍정적이었습니다. 회생제동 기능과 정숙한 주행 소음 덕분에 장시간 운전에도 피로가 덜했고, 충전 중 강제로 쉬게 되니 집중력도 더 오래 유지됐습니다. 특히 혼자 운전하는 경우, 충전이 하나의 휴식 포인트가 되면서 전체 운전의 안정성을 높여주는 역할을 했습니다.

장거리 여행을 자주 계획하신다면, 충전소 분포가 잘된 노선을 중심으로 동선을 짜고, 중간에 들를 만한 카페나 음식점을 미리 정해두는 것도 좋습니다. 전기차로 여행하는 것이 불편하다는 편견은 이제 점점 사라지고 있으며, 조금만 준비하면 훨씬 더 유연하고 즐거운 방식의 여행이 가능합니다.